내려놓기
- 2014년 12월 8일
- 1분 분량
보이지 않는 벽에 종종 부딪힐 때가 있다
그 때마다 실체 없는 좌절을 겪어야 했고,
나는 한 번도 그것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저항하기로 했다
커다란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겁없이 호랑이에 맞서는 하룻강아지마냥
나는 발버둥쳤다
그러나 그럴 수록 점점 수렁에 빠져갔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손으로 휘휘 내저어도 닿지 않는 두려움,
그런 것들이 나를 좀먹어갔다
아, 먹히겠구나!
그 때 나는 아주 작은 빛을 발견했다
바늘구멍만한 그것을 의지하여
흉측한 어둠의 손길에서 벗어났다
그제서야 나는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삶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제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바라던 것들은
내가 바란다고 해서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제서야 놓을 수 있었다
내 손가락을 빠져나가는 창백한 그것들은
뱀처럼 유유히 지나갔다
나는 이제 그것들을 잡지 않기로 했다
나는 이제 나를 놓아주기로 했다
나는 이제 나의 멍에를 벗었다
나는 이제 자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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